오는 12월 19일 대선에서 맞붙는 카스트와 보리치
[월드투데이 전유진 기자] 지난 21일 칠레에서 치러진 대선 결과에 따라, 극우 성향의 카스트와 좌파 학생단체지도자 출신 보리치가 결선에서 다시 한번 맞붙는다. 칠레에서 제일 양극화된 투표로 점쳐지는 가운데, 각 후보의 이야기와 지금까지의 대선 경과를 다뤄본다.
![[사진=카스트(좌), 보리치(우)/AF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449_212246_2525.jpg)
◆ 극우 성향의 50대 하원의원 vs. 학생단체 출신의 30대 좌파 후보
지난 21일, 칠레는 새로운 변화의 기점에 섰다. 2019년 지하철 요금인상이 촉발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며, 칠레 국민은 새로운 칠레를 만들고 싶어했다. 이날 칠레에서는 대통령, 상원의원의 절반, 하원의원의 전체를 함께 뽑는 선거가 진행됐다. 무려 해당 시위 이후 2년만에 치러지는 선거로, 앞으로의 칠레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선거다.
개표 결과 칠레 공화당 소속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5)가 28.01%, 좌파 연합 '존엄성을 지지한다'의 가브리엘 보리치(35)가 25.6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두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기로 결정됐다.
주목할 점은 두 후보의 성향이다. 각각 극우와 좌파 후보가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극단으로 나뉜 칠레의 상황을 드러냈다.
한편, 우파 국민당의 프랑코 파리시 후보가 12.97%, 중도우파 연합의 세바스티안 시첼과 중도좌파 연합의 야스나 프로보스테가 각각 12.61%, 11.74%로 3∼5위에 올랐다.
![[사진=칠레 선거/E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449_212244_2524.jpg)
◆ 결선투표제, 12월에 판가름 나는 칠레 대선
결선 투표제를 채택하는 칠레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있으면 그대로 당선이 확정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을 치른다. 즉 지난 21일 선거 결과 카스트와 보리치 둘 중 누구도 과반을 넘기지 못했기에 두 후보끼리 오는 12월 19일 결선을 치른다.
◆ 칠레를 뒤흔들었던 대규모 시위
이번 선거는 앞서 언급한 2019년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이 촉발한 대규모 시위와 연관이 깊다.
당시 시위에선 연금·교육·의료 등 불평등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 전반에 대한 오랜 분노와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고, 이후 칠레는 국민투표를 거쳐 새 헌법 제정에 착수하는 등 변화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중남미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라고 이야기되던 칠레를 뿌리째 흔들어 놓은 시위였다.
![[사진=카스트 지지자들/AF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449_212241_2523.jpg)
이번 선거는 여전히 변화를 원하는 칠레 국민이 직접 새로운 칠레를 지휘할 인물로 누구를 원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 그 동안의 양상과는 다르다
실제로 대선 양상도 이전과 달랐다. 1, 2위로 결선에 오른 카스트와 보리치는 기존의 주류 정치권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그동안 칠레에서는 중도좌파 혹은 중도우파 연합에서 주로 대통령이 나왔다. 계기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로, 1973년부터 1990년까지 이어온 독재를 마무리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며 기독민주당이 칠레를 이끌어왔다. 2006년부터는 미첼 바첼레트 전 중도좌파 정권과 세바스티안 피녜라 중도우파 정권이 4년씩 번갈아 집권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결과 좌우 양단에 있는 후보들이 결선에 오르며, 칠레 민주화 이후 가장 양극화된 선거로 이야기되고 있다. 양대 중도연합이 추락하고, 좌우 양단에 있는 후보들이 부상한 이번 대선은 기존 칠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움직임이다.
![[사진=카스트/E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449_212239_2521.jpg)
◆ 극우 후보 카스트
1위로 결선에 오른 카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종종 비견될 정도로 강한 극우 성향을 보인다.
그는 2017년 대선에도 출마해 8%가량 득표한 대선 재수생이다. 피노체트가 살아있었다면 자신을 뽑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군사정권의 경제 정책 등을 옹호한다. 피노체트 정권의 잔재인 현행 헌법을 폐기하는 데에 80% 가까운 찬성률을 보였던 칠레 국민이 피노체트를 옹호하는 카스트에 가장 많은 표를 던진 것은 예상 밖이다.
이민 문제에도 강경하게 나서겠다는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불법 이민 차단을 위해 그는 국경에 도랑을 파겠다고 말하는 등 이민과 범죄에 대한 강경한 입장으로 막판 보수표를 끌어 모았다.
![[사진=카스트/AF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449_212249_2527.jpg)
변호사 출신이기도 한 그는 좌파 정권교체가 유력해 보였던 이번 대선 구도를 막판에 뒤흔든 후보다. 지난 8월까지만 하더라도 4위를 차지했던 카스트는 강경한 발언으로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한편 최근 칠레에는 이민자들이 5년 사이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칠레가 중남미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베네수엘라, 아이티 등의 이민자가 국경을 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에 칠레 국민들은 안보나 칠레 정체성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다. 이 점을 카스트가 공략한 것이다.
![[사진=보리치/A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449_212250_2527.jpg)
◆ 좌파 후보 보리치
보리치는 2011년 칠레대 학생회장 당시 교육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을 요구하며 벌인 대대적인 칠레 학생 시위를 이끈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 공약으로 민영화된 연금제도의 개혁과 부자 증세 등을 약속했다. 그가 당선되면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그 역시 그는 당초 유력 대선후보로 꼽혔던 칠레 공산당의 다니엘 하두에 산티아고 레콜레타 구청장을 꺾고 좌파 연합 후보로 선출됐다.
![[사진=보리치/REUTERS,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449_212242_2523.jpg)
보리치는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요람이었다면, 이제 신자유주의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민영화된 연금·교육·보건 시스템 등의 근본적인 개혁을 약속했다.
다. 현재 선두주자는 가브리엘 보리치로 그는 학생 단체 지도자이다. 만약 좌파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등 중남미 전체적으로 좌파가 된다.
![[사진=보리치 지지자들/AFP,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111/406449_212245_2525.jpg)
◆ 칠레의 앞길엔?
오는 12월 19일에 치러지는 선거 결과에 따라 최종 당선된 후보는 피녜라 대통령의 뒤를 이어 내년 3월부터 4년간 칠레를 이끈다.
2019년 시위의 결과물로 구성된 제헌의회가 현재 새 헌법 초안을 제정 중이어서 새 대통령은 임기 중에 새 헌법 수용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치르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1차 투표 결과 카스트가 보리치에 조금 앞서고 있지만, 결선에서의 우열을 쉽게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누가 되든 칠레 사회가 큰 변화를 맞게 되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