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 등 친 대만 행보...中, 강력 대응
중국 대 EU 간 무역 갈등으로 번져

[사진=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AP/연합뉴스]
[사진=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AP/연합뉴스]

[월드투데이 김현정 기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에 반발하는 유럽 국가들이 속속 늘어나며, 해당 국가간 갈등의 중심에 있는 대만이 정치·외교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대만이 자국의 '핵심이익'임을 설명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만은 이런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대만과의 교류 강화에 나서고 있고,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대응책을 내세우며 중국과 EU 국가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리투아니아서 공식 개관한 대만대표처 명판, AFP/연합뉴스]

리투아니아, 친(親) 대만 행보...중국 강력 대응

지난 11월 리투아니아는 수도 빌뉴스에 '주 리투아니아 대만 대표처' 개설을 허용하면서, 특히 대표처 명칭을 '타이베이(Taipei)' 대신 '대만(Taiwan)'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중국은 보복 조치로 지난 11월 21일  리투아니아와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시켰고 이어 5윌 뒤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공관 명칭을 '대사관'에서 '대표처'로 변경해 공식 통보했다.

또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일 자국 레이저 업계가 리투아니아와의 교류를 중단했으며, 나아가 통관 사이트에서 리투아니아를 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리투아니아는 반도체 제조 설비에 있어 필수인 정밀 레이저 기술 분야 강국으로, 레이저 관련 수출의 약 30%는 중국으로 하고 있다. 중국의 이와 같은 조치에 타격을 입은 리투아니아와 중국 간의 갈등이 계속해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투아니아 기업가 연합 회장은 지난 주부터 협회 회원 중 누구도 중국으로 수출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첨단 장비부터 맥주와 목재, 육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중국 세관시스템에 접속해 상품 수출국 항목에서 '리투아니아'를 선택하려고 하면 검색이 되지 않는다"며 현재 수출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전달했다. 

[사진=슬로바키아 대표단과 함께 대만을 찾은 카롤 갈렉 슬로바키아 경제부 정무차관, EPA/ 연합뉴스]

줄지어 대만을 방문하고 있는 EU 국가들

지난 6일 슬로바키아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대만과 동등한 파트너가 될 준비가 돼 있다"며 대만에 지지하는 의사를 전했다. 루시아 키스 슬로바키아 외교부 국장은 "펜데믹에도 대만을 찾은 것은 대만과 경제 관계를 심화하고 향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바키아는 특히 중국과 중·동유럽(CEEC) 17개 국가의 경제협력 추진기구 '17+1' 정상회의 참여국 중 하나로,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교통 요충지라는 점에서 중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된다.  

앞서 리투아니아 의회 대표단은 라트비아 및 에스토니아 의회 대표단과 함께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는 등 의원 외교를 펼친 바 있다. 또한 리투아니아는 지난 5월 '17+1 경제협력체'를 탈퇴했고, 6월에는 대만에 코로나19 백신 2만 회분을 지원하며 중국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과 슬로바키아 등이 속속 대만과 관계를 강화하며 중국과 EU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대만을 방문한 리투아니아 대표단과 차이잉원(오른쪽), EPA/연합뉴스]
[사진=대만을 방문한 리투아니아 대표단과 차이잉원(오른쪽), EPA/연합뉴스]

중국 VS EU, 무역 갈등으로 번지다

중국이 친 대만 행보를 보이는 리투아니아에 전면적인 경제 제재를 단행하면서 유럽연합(EU)와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만은 중·동유럽 국가에 적극적인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다. EU 의회는 대만 입장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EU 의회 대표단이 잇따라 대만을 방문함에 따라 EU와 중국 간 관계를 위협하는 불씨가 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가 그들 국가에 경제적 강압을 가하고 있는 중국에 강력한 무역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SCMP가 입수하여 8일 공개한 EU의 중국에 강력한 무역 대응을 위한 정책 제안 초안에는 관세, 무역 허가나 쿼터를 통한 시장접근 차단, 공공 조달 프로그램과 투자시장 접근 제한 등을 포함해 EU가 취할 수 있는 폭넓은 징벌적 조치가 제시되어 있다. 

또한 경제적 강압을 진행하는 국가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축소하고 EU 수출통제 가이드라인이 관할하는 상품의 조달을 막으며, EU의 거대 금융 서비스에서 배제하거나 EU 식품 시장 진입시 검역 장벽을 높이는 것 등도 포함됐다. 

SCMP는 "리투아니아가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한 후 중국이 리투아니아의 수출을 막으면서 경제적 강압 문제가 EU와 중국 간 최고 의제의 핵심이 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애초 EU의 이러한 '반(反) 강압 장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에 대항하기 위해 모색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이 해당 정책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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