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규정 변화, "음원 사재기 방지 목적"
빌보드 차트 집계 기준 변천사

[월드투데이 김수민 기자] 빌보드 차트 집계 규정 변화로 케이팝 아티스트의 핫100 입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지난달 빌보드는 음원 중복 구매(다운로드)를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규정을 변경했다. 지금까지 한주에 4건의 다운로드까지 집계에 포함됐으나, 올해부터 1건만 인정하고 2건 이상의 중복 다운로드는 차트 집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앨범 판매량 관련 집계 기준도 새로 공시했다. 앨범 하나 당 3.49달러(약 4천168원), 8곡 이하가 담긴 미니음반(EP)의 경우 0.39달러(약 466원) 미만일 때는 집계에서 제외된다. 

이는 판매량을 늘리는 목적으로 음원을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낮게 책정하거나 과도한 리믹스 버전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새로 바뀐 규정은 메인 차트인 핫100과 빌보드200을 포함해 빌보드 전 차트 시스템에 적용된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K팝 아티스트 겨냥한 변화?

빌보드 측에서 이번 조치가 이루어진 배경이나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등은 설명하지 않았으나, 일부 K팝 팬덤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트리밍이 주를 이루는 미국 현지 아티스트와 비교했을 때, K팝 아티스트의 경우 전 세계를 아우르는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다운로드에서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8월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처음 정상을 차지한 핫100은 미주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를 뽑는 차트이다. 음원 판매량 외에도 스트리밍 실적과 라디오 방송 횟수가 주요 지표로 작용한다. 즉 미국 내 대중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버터'가 장기간 핫100 정상 집권 당시, 1위 자리를 놓고 싸우던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두아 리파의 음원 스트리밍 수나 라디오 방송 횟수가 적음에도 차트 1위에 올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빌보드와 MRC 데이터가 공개한 2021년 미국 음악시장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버터'다 지난해 약 188만9천 건 다운로드 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위에 오른 워커 헤이즈의 '팬시 라이크'(40만4천 건)의 3.8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작년 한 해 가장 많은 다운로드 건수로 기록됐다.

[사진=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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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차트 집계 기준 변천사

대형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이번 규정 변화에 대해 딱히 K팝을 겨냥했다기 보다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빌보드는 지금까지 꾸준히 집계 기준을 변화해왔다.

음원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2005년 처음 디지털 다운로드를 집계 기준에 포함했으며, 2007년에는 스트리밍 횟수도 포함시켰다. 2013년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에 따라 유튜브 비디오 스트리밍 데이터를 포함하기도 했다.

2018년 기점으로 가수들이 본인의 콘서트 티켓에 앨범을 강제로 끼워팔거나 의류, 잡화류를 싱글 음원 혹은 앨범에 끼워파는 번들 판매가 기승을 부려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지난 2020년 빌보드 측은 가수의 공식 판매처에서 판매된 주문 건만 차트 집계에 반영하거나 소비자에게 콘서트 티켓 혹은 굿즈를 단독으로 구매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만 번들 판매량을 차트 집계에 반영하는 등의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다시 빌보드 순위 규정을 변경함으로써 수많은 가수의 순위 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팬덤 문화를 기반으로 한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경우, 스트리밍이나 라디오 방송 등의 이점이 거의 없어 빌보드 입성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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