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봄 기온이 40도? 3000년에 한 번 있을 무더위
미국, 봄부터 기록적인 폭염...서부는 눈보라?
유럽, 역사상 최대의 폭염과 함께 끊이지 않는 산불

[사진=픽사베이]

[월드투데이 권성준 기자] 지난해 여름은 유난히 폭염이 심했던 여름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은 역대 두 번째로 연평균 기온이 높았던 연도였으며 21세기 들어서는 최고 기록이었다. 또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상 고온이 나타나기도 했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서부는 50도가 넘는 고온이 연일 발생해 천 년에 한 번 있을 폭염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적도 인근에 위치한 아시아도 50도를 넘나드는 기온을 기록했었으며 그로 인한 전력난이 사회 문제로 발생했었다. 위도 66도 이상의 북극권 지역은 30도 이상의 유례가 없는 고온이 발생했었으며 특히 시베리아는 사상 최고 기온인 38도가 관측돼 충격을 줬었다.

2022년 여름도 마찬가지로 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이른 시기부터 인도와 파키스탄과 같은 남아시아, 미국 동부,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비정상적인 고온이 관측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여름에도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 고온 현상을 정리했다.

▶ 남아시아, 봄 기온이 40도? 3000년에 한 번 있을 무더위

[사진=픽사베이]

인도와 파키스탄이 위치한 남아시아 지역은 3~4월부터 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원래 해당 지역은 기후상 4월 중순에서 5월까지를 여름으로 여기며 6월부터는 몬순 우기에 접어든다. 그러나 올해는 3월부터 이상 기온이 발생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3월 평균 최고기온이 33도로 1901년 기상 관측 이후 121년 만에 가장 높은 3월 온도를 기록했으며 4월 평균 최고 기온은 35도로 기상 관측 이래 4번째로 높았다.

인도에서는 5월과 6월에는 폭염이 자주 발생해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3월부터 발생하는 폭염은 다르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극심한 폭염이 과거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폭염으로 인해 인도 지역의 밀 수확에 차질이 생겼다. 인도는 세계 2위의 밀 생산국으로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전 세계적인 식량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인도는 지난 5월 13일 밀 수출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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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은 4월에 47도를 기록했으며 세계에서 제일 더운 도시 중 하나인 파키스탄의 신드주 자코바바드는 지난 5월 15일 최고 기온 51도를 달성했다. 이러한 이상 고온으로 인해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 파키스탄에 홍수 피해가 발생해 다리가 무너지기도 했다. 다만 파키스탄과 인도 모두 5월에 들어서는 평년 기온이 유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5월 내내 45도가 넘는 기온이다.

기상학자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이른 시기에 폭염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30배가량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이전엔 3000년 전에 한 번 있었던 이른 폭염이 현재는 100년에 한 번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2도 정도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생각되며 2도에 도달하면 5년에 한 번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미국, 봄부터 기록적인 폭염...서부는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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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최근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동부의 텍사스 주에서 매사추세츠 주에 이르는 미국 동부 지역은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많은 도시들은 역대 5월 최고 기온과 같거나 기록을 경신하는 온도를 달성했다. 미국은 비공식적으로 미국의 현충일(Memorial day,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을 여름의 시작으로 삼는데 여름이 시작되기 10일 전부터 기록적인 폭염이 이른 시기에 찾아왔다.

동부 지역이 폭염으로 고생하는 한편 1년 내내 따듯한 기후를 보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는 갑자기 폭설이 내렸다. 미 국립기상청은 지난 5월 16일 알래스카만에서 시작된 겨울폭풍이 남하해 캘리포니아 주 산간지역에 60cm 정도의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의 올해 5월은 평년 기온보다 7~8도 낮은 저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콜로라도 주 덴버 일대에는 50cm 가량의 눈이 쌓였으며 폭설로 나뭇가지가 부러져 전깃줄을 끊어 21만 가구에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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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지나고 6월에는 미국 전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플로리다 주까지 미국 남부는 폭염 경보 또는 폭염 주의보가 발령됐다. 시카고, 애틀랜타 등 17개의 기상 관측소가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했으며 9개의 도시가 기존 최고 기록과 같은 기온을 달성했다. 가장 더운 장소 중 하나인 '데스 밸리' 사막은 51도까지 온도가 치솟았다. 기상학자들은 앞으로 더 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은 미국 동부, 중부 지역의 많은 지역이 계속해서 과도한 더위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과학자들은 폭염이 이전 수십 년보다 더 자주, 더 뜨겁게,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방 국가 기후 평가 보고서는 2018년 폭염 빈도가 1960년대 연간 평균 2회에서 2010년대에는 연간 6회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폭염 기간도 1960년대보다 45일 더 길어졌다.

이번 년에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갈 전망이다. 기상학자들은 미국 대부분이 6월 말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계속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미 국립 해양 대기청의 최근 기후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태평양 북서부와 북부 평야의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8월까지 미국 전역의 여름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온 상승으로 인한 가뭄, 산불,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유럽, 역사상 최대의 폭염과 함께 끊이지 않는 산불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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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이번 5월부터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다. 지중해에서 북해로 이어지는 뜨거운 기단이 서유럽 대부분 지역에 폭염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6월 중순 런던과 파리의 기온은 섭씨 30도를 넘어섰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올해 평균보다 10도 이상 높다고 밝혔다. 심지어 프랑스 남부의 생-장-드-미네르부아 마을은 40도에 도달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기온은 6월 내내 높아져 17일 남서부 기온이 섭씨 39도를 넘어섰고 야간 기온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편이다. 심지어 대서양 연안의 브르타뉴와 노르망디와 같은 일반적으로 시원한 지역까지 더위가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의 기후학자들은 이번 여름 기온은 기존의 여러 기록을 깨뜨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와 같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시작하고 길게 지속되는 무더위가 '기후 변화의 지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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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최고 기온은 섭씨 40도에 육박했다.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기상청에 따르면 스페인 남부는 대부분의 지역이 40도에 육박했으며 이러한 고온은 일반적으로 여름 늦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은 지난 5월에도 기온이 40도를 넘겨 역대 5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었으며 이는 일반적인 5월보다 15도나 더운 5월이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다시 또 40도를 기록한 것이다.

심지어 스페인은 더운 날씨로 인해 산불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스페인 북서부 자모라, 북동부 카탈루냐 등의 지역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자모라 지방은 25,000 헥타르가 불타는 피해를 입었다. 스페인 당국은 최대 시속 70km의 돌풍과 섭씨 40도에 가까운 온도가 산불 진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이외에도 독일에서도 강우량 부족과 폭염으로 인해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국은 런던 근교의 기온이 32.7도를 기록하면서 올해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은 3단계 폭염 경보가 발령됐으며 이와 관련해 영국 왕실 마차 행렬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복장 규정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해 화제가 됐다. 이 행사는 복장 규정이 아주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행사에 참여한 남성은 행사가 끝난 후 모자와 재킷, 넥타이를 벗을 수 있고 관중은 물과 청량음료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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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구촌 각지에서 발생하는 폭염은 올여름에 최악의 전력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세계적으로 증가한 폭염 일수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에선 '블랙아웃'이 일어나는 도시가 있으며 전기값이 폭등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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