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체가 좀비가 될 수 없는 과학적인 이유
'부산행' 알고 있다... 좀비를 모른다는 클리셰를 부수는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캡처]
[사진=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캡처]

[월드투데이 김가현 기자] 사람에게 복어 독이 포함된 혼합물을 사람의 피부에 문지르거나 흡입하면 산소 결핍으로 피부는 차가워지고 몸은 파랗게 변한다.

피해자는 마비가 오고 호흡이 1분에 한 두 번 정도로 매우 느려지기 때문에 주변인들은 피해자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장례식을 치르고 땅에 묻지만, 피해자는 살아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서 유래된 부두(Voodoo)교 사제들이 살아있는 사람을 노예로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피해자를 무덤에서 꺼낸 뒤, 피해자에게 좀비라며 세뇌한다. 이렇게 탄생한 노예 제도의 참상이 흔히 알고 있는 '좀비'의 시작이다.

좀비가 하나의 장르가 되기까지

실제 좀비의 기원대로, 미디어에서 그려진 좀비는 처음부터 인육을 탐하지 않았다. 그러나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통해 좀비가 살아있는 사람을 물면 감염된다는 좀비 공식 제1원칙이 정립되었다.

이후 '28일 후'에서는 분노 바이러스에 의해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좀비처럼 그려냈다. 효과적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신선함을 불어넣음으로써 좀비 영화의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다.

[사진=월드워Z 예고편 캡처]
[사진=월드워Z 예고편 캡처]

이후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에 걸쳐 '레지던트 이블', '월드워Z'가 큰 흥행을 거두며 좀비는 하나의 장르로써 인식되었다. 이후 '라스트 오브 어스'나 '워킹데드'같은 좀비 장르 게임도 크게 성공했고, 워킹데드는 이후 드라마로 제작돼 흥행을 거두며 영화뿐만 아니라 미디어 전반에 퍼져 나갔다.

좀비가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이유

좀비가 퍼진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기 위해 많은 영화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선택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생물 속이 아니면 번식할 수 없다. 죽은 시체가 바이러스의 영향에 의해 좀비가 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가 아니라면 어떨까.

신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움직이려는 부위의 근육, 이에 명령을 내릴 뇌간(Brain stem)등이 필요하다. 좀비는 인육을 섭취한다는 공식이 있고 이를 통해 에너지를 섭취한다고 볼 수 있다. 좀비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월드워Z'의 경우에는주변에 뜯어먹을 사람이 없다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휴식기에 들어간다는 설정도 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더라도 신체를 움직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죽으면 여러 단계에 걸쳐 부패하는데, 근육과 뇌같이 신체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부패를 피해갈 순 없다.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좀비는 썩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어야 한다.

[사진=서울아산병원 광견병 의료정보]
[사진=서울아산병원 광견병 의료정보]

좀비가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는 이유

이처럼 죽은 사람이 좀비가 된다는 설정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사람이 좀비가 된다면 어떨까.

좀비 바이러스 감염과 가장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병은 '광견병'이다. 광견병의 일반적인 전파 방법은 광견병에 걸린 동물이 사람을 물었을 경우인데, 이는 좀비가 사람을 물어 감염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광견병은 물린 상처에서 퍼져 나가 신경을 타고 중추신경까지 올라가 공격성이 극대화되는 등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

광견병에 걸려 의식을 잃는 등의 증상이 발현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20~90일이다. 중추신경과 근접한 얼굴에 물린다면 4일까지도 짧아진다는 보고가 있으나, 물린 후 수 십 초 혹은 수 분내로 발현되는 좀비 바이러스와는 차이가 있다. 또한 치사율이 매우 높고 대체로 2주 이내에 사망하는 것도 좀비와 다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재로서는 좀비 바이러스와 비슷한 바이러스는 없다. 그러나 바이오 분야의 과학이 발달한다면 살아있는 사람을 좀비와 유사한 형태로 만드는 바이러스 정도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금 우리 학교는'이 다른 좀비 장르와 비교되는 이유

좀비가 성립하는 과학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은 미디어에게는 호재로 다가왔다. 자유롭게 여러 설정을 덧붙여 창작의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창작물마다 좀비가 가진 개성은 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 햇빛이 노출되면 피부가 타는 '나는 전설이다', 밤에만 활동하는 '킹덤' 등이 있다. 이외에도 '레지던트 이블'이나 '라스트 오브 어스'에는 괴물의 형태를 지닌 슈퍼 좀비 등이 나오기도 한다. 좀비들의 지능이 높아져 인간과의 사랑을 다루는 '웜바디스'나 아예 좀비 왕국까지 건국한 '아미 오브 더 데드'같은 작품도 있다.

사람들은 좀비에 과학적인 이유를 따지기보다는 장르로써 받아들인다. 많은 수의 좀비 작품과 함께 좀비라는 개념이 보편적으로 널리 퍼진 현재, 사람들은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경우 행동 요령이나 주의해야 할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좀비 장르 작품에서는 좀비 개체를 거의 접한 적 없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반면 '지금 우리 학교는'의 시대배경은 2021년으로 "좀비가 왜 학교에 나와? 영화에 나와야지"같은 대사로 보아 좀비를 알고 있는 세계관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0년대 전후반을 다룬 원작 웹툰과 차이점을 둔 만큼, 좀비에 대해 아는 실제 같은 세계관이 어떤 방식으로 스토리에 신선함을 불러일으킬지 관건이다.

또한 원작 웹툰인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재난 장르 특유의 피폐함과 잔혹한 묘사를 공포스럽게 잘 묘사한 웹툰으로 인기가 많다. 원작 웹툰의 분위기를 잘 살린다면 '오징어 게임'을 이은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