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시위', '폭스콘 사태' 이후 급격한 방역 완화
[월드투데이 이예찬 기자]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가까이 강력한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던 중국이 급격히 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우루무치 사태·폭스콘 사태로 뿔난 중국인들

'백지 시위'는 지난 11월 24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19명의 사상자를 낳은 아파트 화재가 발생한 뒤 진화 지연과 고강도 방역 조치가 관련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대도시에서 수백~수천 명 단위로 전개됐다.
중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가 만 3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지친 시민들의 절망과 분노에 우루무치 화재가 도화선 역할을 한 상황이다.
중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은 지난 1989년 톈안면 민주화 시위 이후 처음이다.
2~3일마다 PCR 검사를 받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물론 아파트와 사무용 빌딩이 수시로 봉쇄되면서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시민도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다.

또한 방역 완화를 담은 20개 정책을 발표하고도 일선 현장에서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과거 정책을 고집한 점도 사람들의 불만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당국의 정책에 순응하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지만, 이 사건 이후 일부 시민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매우 보기 드문 일도 벌어졌다.
지난 10월 폭스콘 공장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불안감을 느낀 노동자들이 집단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간 '폭스콘 사태'도 시위 참여의 원인으로 꼽혔다.
방역 완화 후 신규 감염자 급감?

1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1만2천272명으로 하루 전보다 3천91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방역 완화 이후 PCR 검사 감소 등에 따른 착시 현상으로 실제 감염자 수는 당국의 발표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방역 완화 이후 PCR 검사소를 대거 폐쇄한 지방정부들이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되도록 PCR 검사를 받지 말라고 권유하면서 검사자가 급감한 것도 감염자들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해온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도 지난 9일 위챗에 올린 글에서 "실제 상황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수치를 밝히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라"라고 꼬집었다.
방역 완화에 따른 감염 폭증 가능성

방역 완화를 발표한 중국 당국이지만 방역 완화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감염자 폭증의 단계를 어떻게 뚫고 나갈지에 대한 뚜렷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 명의 감염자만 나와도 구역이나 도시를 전면 봉쇄, 추가 발생을 차단하는 예방 위주의 '제로 코로나'에 자원을 집중한 탓에 중국이 집단감염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위드 코로나'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8일 "방역 완화로 중국은 이제 바이러스가 인구를 휩쓸 가능성과 의료 체계가 그러한 잠재적 감염 폭증에 준비돼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보건 전문가들도 사흘 연휴인 내년 원단(1월 1일)과 일주일 연휴인 춘제(1월 22일) 기간 코로나19 확산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으며 의료적, 사회적 취약 계층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레이하이차오 부주임은 지난달 15일 브리핑에서 "중국의 의료 병상은 1천명당 6.7개이고, 중환자 집중치료실(ICU)은 10만명당 4개가 안 된다"라며 "선진국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라고 실토했다.
이에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노인들은 물론 젊은 층 가운데도 감염을 우려해 방역 완화 조치 이후 오히려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감염병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는 9일 열린 중화의학회 호흡병리학 화상 연례회의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의 99%는 일주일, 길면 열흘이면 완치된다"라며 "감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