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을 계승한 현대 러시아
쌍두독수리 문장의 의미와 유래
'돈주머니 이반'과 모스크바의 성장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러시아를 상징하는 쌍두독수리 문장에는 복잡한 사연이 얽혀있다.
서양 역사 상 최초로 막강한 제국을 구축했던 로마는 그리스와 함께 오늘날 유럽 문화의 근간을 형성하는 시기로 평가받는다. 당시 사람들도 로마의 명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 때문에 로마 몰락 이후에 게르만인들이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국호를 통해 로마를 계승하고자 했다. 역설적이게도 로마는 467년 게르만인들에 의해 멸망했다.
그러나 그 넓은 로마 제국이 모두 멸망한 것은 아니다. 293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방대한 영토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제국을 동서로 분리했고 그렇게 분리된 동로마, 즉 비잔틴 제국은 서로마 멸망 이후에도 존속했다. 이 때문에 같은 뿌리를 가진 비잔틴 제국이 로마의 진정한 계승자라며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 '제 2의 로마'로 인식됐다.

흥미롭게도 로마의 전통은 이후 러시아가 계승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1453년 비잔틴 제국이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멸망한 뒤 모스크바 공국이 황족들을 흡수하면서 동로마를 계승하고자 했다. 당시 러시아는 여러 공후국들로 분열되어 있었으며 타타르의 멍에(몽골 지배기)를 거치면서 모스크바 공국이 급성장한 상황이었다. 동시에 타타르계 국가들이 쇠퇴하면서 러시아 공후국의 맹주로 떠오른 모스크바 공국의 이반 3세가 칸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이와 함께 이반 3세는 다른 공후국들과 차별화되는 모스크바 공국만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동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노스 11세의 조카인 소피아와 결혼을 한다. 이를 통해 비잔틴 제국의 후예임을 자처하며 '제 3로마설'이 만들어진다. 이반 3세에 뒤이어 즉위한 이반 4세는 비잔틴 제국의 상징인 머리가 두개 달린 쌍두독수리를 국가적 상징으로 사용했다. 이 전통은 이후에 표트르 대제가 세운 러시아 제국으로 이어진다.
현대에 접어들어서는 러시아 공화국 임시정부가 쌍두독수리를 사용했으며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은 이 문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소련이 붕괴한 이후 세워진 러시아 연방이 다시 쌍두독수리 문장을 사용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편 독수리가 비잔틴 제국의 상징으로 사용된 것은 제우스신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독수리는 최고신인 제우스를 상징한다. 이 때문에 비잔틴 왕실에선 오래 전부터 독수리를 상징으로 사용해왔다.
[사진=픽사베이]

